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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의 세계사

 

지금으로부터 꼭 한 달 전 주일 오후. 산책 겸 이진아 기념 도서관에 들렀다. 읽어야지 하고 마음 먹고 있던 책 몇 권을 골랐는데, 그 중 하나가 이 금속의 세계사란 책이었다. 이 책에는 우리와 친근한 일곱가지 금속(구리-납-은-금-주석-철-수은)이 담겨 있는데, 그 순서가 인류가 사용하기 시작한 순서대로 되어 있어 '세계사'란 이름에 어울린다.

어렵고도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우리 주변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엮어 시공이라는 줄로 꿴 책이다. 쉬운 말로 쓰여있어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생 정도면 옛날 이야기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나 역시 단숨에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근래들어 '재미있게 술술 읽은' 책 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구리(Cu) - 금속으로 이뤄진 세계를 열다

구리는 인류가 가장 먼저 쓰기 시작한 금속으로 기원전 9500년경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의 키프로스(Κυπροδ/Cyprus) 섬에서는 막대한 양의 구리가 생산되었는데, 라틴어 cuprum, 영어 copper는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납(Pb) - 멸망을 부르는 위험한 두 얼굴

뇌와 신경계통에 영향을 미쳐 사망에 까지 이르게 하는 납중독. 고대 로마가 멸망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당시 로마 사람들은 광적으로 납을 사랑했는데, 배관, 건축재, 안료는 물론이고 포도주 잔이나 식기로도 사용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여기저기 뿌려 먹는 감미료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감미료라니! 실제로 포도의 유기산과 납이 만나면 흰색의 '단 맛을 지닌' 아세트산납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아이들이 납중독에 잘 걸리는 이유도 납 흡수율이 높을 뿐 아니라, 그 단맛 때문에 납이 들어있는 물체를 잘 빨아대기 때문이라고.

 

은(Ag) - 역사의 모든 곳에서 빛나다

하얗게 반짝이는 은의 원소기호는 Ag. '빛나는, 흰색' 을 뜻하는 그리스어 argos, 라틴어 argentum에서 온 말이다. 영어의 silver, 독일어 silber라는 말도 역시 같은 것을 의미하는 sarpu(앗시리아)에서 왔다. 2500년전 이집트에서는 은이 금보다 귀한 금속이었다. 금이 자체 제련되었던 데 비해 은은 수입품이었던 까닭이었다. 납이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은은 항균기능과 비소와 만나면 까맣게 변색되는 덕분에 '살리는 금속'으로 대접받는다. 구리 함량에 따라 은은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데, 은의 함량이 95.84%일 경우는 브리타니아 실버, 95%는 멕시칸 실버, 92.5%는 스털링 실버, 90%일 경우에는 코인 실버라고 불린다.

 

금(Au) - 부를 빛내고 명예를 드높이다

금, gold라는 말은 '노랑, 빛나는'을 뜻하는 겔ghel(인도유럽어족)에서 왔다. 원소기호 Au는 빛나는 새벽이라는 뜻의 aurora에서 나온 aurum(빛나는 돌, 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고대 이집트 동부에는 누비아라는 금광에서 엄청난 양의 금이 생산되었는데, 바빌로니아 왕이 '딸을 줄테니 대신 최대한 많은 양의 금을 달라'고 할 정도였다고. 이렇게 대단한 금광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황금으로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고 수출까지 한 나라도 있었다. 바로 황금의 나라로 일컬어지는 신라다. 서라벌에서 채취되는 사금은 동글동글한 형태의 구상사금으로 유명했는데, 순도는 18k 수준이라고 한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현재도 형산강 유역에서 사금채취가 가능했다고.1

 

주석(Sn) - 혁신을 부른 금속

주석이 혁신을 부른 금속이라고 불리는 까닭은 청동기시대를 열게한 금속이기 때문이다. 구리는 인류가 가장 오래전 부터 사용해온 금속이었지만, 무른 성질 때문에 여러 모로 이용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구리에 주석을 섞어 만든 청동은 전성이나 연성은 유지된채 무기를 만들 정도로 강해졌다. 하지만 낮은 온도에서 그 성질이 변하는 주석병 때문에 나폴레옹은 러시아 원정에서, 스코트는 남극탐험에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철(Fe) - 인류를 이끄는 신의 금속

고대 켈트족은 철을 '성스러운 금속'이라는 뜻의 isamo라고 불렀고, 스웨덴 고트족은 단단한 금속이라는 뜻의 isam으로 불렀다. 이는 고대 영어의 item, 중세영어의 iren이 되었고 나중에 iron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오랜 옛날, 철은 아주 비싼 귀금속이었다. 얼마나 비쌌냐면 초기 청동기 시대에는 금보다 6배, 중기 청동기시대에는 8배나 비쌌다고 한다. 성경에서 헷(Heth)족속으로 등장하는 힛타이트 족은 목탄을 이용한 야금술을 개발해 맹위를 떨쳤다. 한편, 터키 카만 카레휘위크 유적지의 중기 청동기시대 층에서는 강철유물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힛타이트의 것 보다 무려 900년이나 앞서 사용된 것이라고 한다. 또 놀라운 유물 중 하나는 인도 델리에 있는 철기둥이다. 이 기둥은 녹이 하나도 슬지 않은채 서 있는데, 안에 들어있는 인(P) 성분 때문이라고 한다.

 

수은(Hg) - 욕망을 비추는 역사의 거울

수은이라는 이름은 은처럼 희게 빛나고 물처럼 흐르는 이 금속의 성질을 잘 나타내준다. 슐리만은 이집트 세티1세의 무덤에서 수은을 발견했다. 진시황은 불로장생의 묘약으로 착각해 수은을 사용하다 수은중독으로 죽었다. 수은의 원석 진사는 빨간색 채색용 안료로 사용되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화장품 원료로 쓰였고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특징 때문에 미백화장품, 트리트먼트, 블리치 등에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납 못지 않게 해로운 수운은 중독되면 미나마타 병이라는 끔찍한 병을 가져오기도 한다.

 

 

 

 

1 박홍국 위덕대 박물관장, '신라 황금에 대한 소고-경주 및 인근 지역에서 채취한 사금을 중심으로'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406100605295&code=960201
2017/05/24 02:33 2017/05/24 02:33